지난 주 목요일에 BCIT CST 온라인 첫 밋업을 열었고, 두시간 반정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밤도 샐듯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밋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는데, 그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복기하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캐나다에서 shy한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shy하고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생활하는 것은 캐나다 생활에서 마이너스가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쟁취하고 또 기회가 보이면 자신을 확실하고 강렬하게 어필할 줄 알아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없다.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을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0.1% 라도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하물며, 이렇게 대놓고 자리를 만들어줘도 안들어오는 사람들까지는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지난 BCIT CST 공부를 해오면서 정말 많은 선, 후배, 동기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와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애티튜드가 너무나도 안맞아서 연락을 끊어버린 사람들있고, 또 가면을 잘 쓰고 나를 이용해 먹으면서 통수치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렇게 네트워킹을 만들고 유지하려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가 이 모든 안좋은 점을 상쇄하고도 넘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또한 캐나다에 들어오기 전,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잘 알고 있었고, 또 그러한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이제는 많은 것을 경험해 본 선배가 된 입장에서 나도 후배들의 막막하고 답답한 앞길에 작은 촛불이 되어주고 싶은 것이 그 첫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내가 도와준 후배들이 계속 이어서 나와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여기도 분명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기에 앞서 말했던 나와는 맞지 않거나, 오히려 해가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나와 너무 잘 맞고, 또 함께하면 서로 시너지가 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발굴하고 함께하면서 앞으로 캐나다 생활을 보다 든든하고 보람차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부한 자기 소개는 버리고, 어떻게 하면 기억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100의 99는 이렇게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BCIT CST term3에 재학 중인 OOO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OOO에서 S/W 개발자 일을 하고있는 OOO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이렇게 인사를 들으면, 분명히 5분도 안되서 까먹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BCIT CST term3에 재학 중인 OOO 입니다. 저는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Programming paradigm 옵션을 선택했고 거기서 Go 언어를 가지고 backend 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에 블록체인 인더스트리로 가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의 dream company는 Binance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Binance.US에서 IT Ops 업무를 하고 있는 OOO입니다. 저는 현재 회사에서 Onboarding/Offboarding을 관리하고, 각종 Enterprise System의 admin을 맡으면서 동시에 Python, Go를 이용해서 System automation application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느낌이 오는가? 소개는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그저 단순히 내 소속, 이름만 이야기하면 전혀 임팩트가 없다. 내 소개를 통해 나는 어떤 인간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느 쪽으로 나가고 싶은지를 어필한다면 상대방이 조금 더 쉽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단 느슨한 연결고리를 걸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연결되는 다른 인맥들이 나와 공통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서로 연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내가 Binance.US에 취업하게 된 계기 역시 이러한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자기소개 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이렇게 밋업을 통해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정말 흥미롭게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모두 소중한 자기 시간을 빼서 참여하는 만큼, 조금 더 스마트하고 가성비 있게 네트워킹을 형성하면 더 좋지 않을까? 결국 밋업이라는 것은 나를 알리고, 또 상대방을 알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잠시 시간을 내서 앞으로 자기 소개 멘트를 조금 더 다듬어 보도록 하자. 이렇게 하면 네트워킹 파워가 훨씬 높아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되,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하자.
내 개인적인 경험담을 풀어보겠다.
나 역시 삼성전자 15년을 근무하면서 지독한 완벽주의에 빠져서 살아왔었다. 그래서 항상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 안에서 세부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그 틀 안에서만 살아왔었다. 조금이라도 그 틀이 흔들리거나, 그로 인해서 내가 그려둔 큰 그림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보이면 바로바로 차단해 왔었으며, 불가피하게 그러한 상황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삼성전자에서는 그것이 정말 잘 통했다. (잠시 자뻑에 취해 내 자랑 아닌 자랑 좀 하면.. ) 임원의 꿈을 품고 2005년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내가 짜놓은 프레임에 충실하게 따라가서 1년 차때 신입사원 전체 2등을 먹고 상위고과를 받았다. 그렇게 쭉쭉 잘 나가면서 대리를 지나서 과장 때 8주 어학과정에 발탁되었고, 지역전문가 pool에도 올라가게 되었다. 당연히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서 상위고과를 연속으로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에서 발생했다. 그 동안 내 업무 성과를 인정해주고, 또 나를 이뻐해주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던 그룹장(신임 상무)이 짤려서 회사를 나가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공교롭게도 지역전문가 마지막 전형인 인터뷰를 앞두고 말이다. 이후 그룹장 공석인 자리에 나와는 아주 결이 맞지 않는 부장이 임시로 그 자리를 맡게 되었고, 당연한 수순으로 나는 지역전문가 pool에서 빠지게 되는 아주 상콤 쌉싸름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ㅋㅋㅋㅋ
그렇다. 지독한 완벽주의를 자랑하면서 회사에서 단 한번도 실패를 겪지 않았던 내 큰 그림은 여기서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솟구치는 분노와 배신감에 정말 개같이 달려들어서 그 부장을 물어뜯었다. 그 부장은 슬쩍 공을 팀장(고참 상무)에게 넘겼고, 이미 나는 맛이 간 미친 개(!!)였기에 그 상무에게 겁없이 달려들어서 물어뜯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그 상무는 전무 진급에서 두번 미끄러졌고, 그 부장은 임원 진급을 못하고 한직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에 응당한 보복을 당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 보복에 불복했고, 그러한 첨예한 대치 상황이 반년 넘게 지속이 되었다.
그 때 느꼈던 것이 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근 6개월간의 미친개(!) 모드에서 진정이 되고나서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내가 물고 뜯어봐야 결국에 내 꿈이었던 삼성전자 임원은 커녕 부장 진급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 때 내 큰 그림을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심적인 여유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나를 지탱해주던 완벽주의를 버렸다. 여전히 큰 그림은 그리되, 이 상황이 내/외부적인 사건들의 누적으로 인해서 언제,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하고 인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 오히려 감사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만약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았고 내가 지역전문가로 파견이 되었었더라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후 주재원을 다녀오고 쭉쭉 잘나가서 그렇게 꿈에 그리던 삼성전자 임원 문턱까지는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러한 삶이 과연 행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완벽주의를 버리고 나니, 하나 밖에 보이지 않았던 길이 수 백, 수 천가지 길로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 중에 선택한 길은 캐나다 + 블록체인이었고, 그 길을 위해서 악전고투를 하면서 이렇게 내가 원하던 길로 진입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큰 그림은 언제나 흔들리는 나를 바로잡아 주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BCIT CST 공부, 취업 준비 등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삼성전자에서 퇴사를 하기 전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유연성을 길렀었기에 이렇게 지금까지 나름 잘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한다.
너무 strict하게 살면 세찬 바람이 불 때 과거의 나처럼 부러지게 된다. 그저 뿌리는 깊게 내리되, 비바람이 몰아치면 적당히 흔들려 주면서 그 flow를 심하게 거스르지 않는 삶의 태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씁쓸한 이야기...
이건 밋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고, 이후에 따로 들었던 이야기인데 너무 충격적인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이걸 주제로 따로 포스팅할 생각은 없기에 그저 여기에 남겨본다.
최근에 term3에서 또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친구들이 바로 지난 번 term2 때 2510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던 그 term이라 그다지 새로울 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지 싶다. 어떻게 final exam 시간에 chat gpt를 사용할 생각을 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정말 쪽팔리게 한국 친구들이 또 연루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럴거면 학교는 왜 다니는 건지.. 학교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며, 시험 시간에 chat gpt를 돌릴 정도의 실력이면, 그 어느 회사도 들어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괜히 시간과 돈만 낭비하면서 의미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인데, 왜 그렇게 소중한 시간과 돈을 버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다. 프로그래밍이 너무 어렵고 잘 안 맞는다고? 그렇다면 CST를 다니면 안된다. 오히려 그것을 빨리 깨달았으면 다른 방향으로 전환을 하는 것이 맞다.
사실, 이건 유학원들 잘못도 있다. "BCIT CST 졸업하면 회사에서 모셔간다"라는 헛소리를 아직도 그들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려놓고 장사를 하는데,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니 무시하면 된다. 그 어떤 회사에서도 BCIT CST 졸업했다고 데려가는 곳은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BCIT CST 졸업했으니, 취직은 될꺼야.."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있는 사람은 하루빨리 정신차리기 바란다. 나야 정말 천운이 맞아서 그리고 블록체인 쪽 경험도 있어서 취업을 빨리 한 편이지만, 지금 2023년 상반기 졸업한 실력 좋은 친구들이 이제 조금씩 취업을 하는 분위기이다. 즉, 쌓여가는 고인물들을 제치고 취업해야하는 이러한 상황에 시험 때 chat gpt 돌리는 실력 가지고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내가 회사 사장이라면, 내 회사에 나 같은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마무리
씁쓸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마무리 섹션을 추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력보다는 애티튜드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티튜드가 좋은 친구들을 보면 나는 어떻게든 그 친구를 끌어주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김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밋업 및 모임을 추진하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가 바로 그러한 좋은 애티튜드가 있는 친구들을 찾아내서 함께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