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요일

내가 그곳에서 나오게 된 이유 (Feat. 씁쓸한 결말)

최근에 내가 2년여간 운영진 그리고 마케팅 리드로 함께 해왔던 모 한인 커뮤니티의 모든 활동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만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고맙게도 많은 분들로부터 응원, 격려의 카톡, 전화, 메시지 등을 받았다. 비록 내가 2년 동안 활동하면서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받은 성적표는 매우 씁쓸하고 초라하며, 또 억울하고 실망스럽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그간의 내 열정과 헌신, 그리고 진심을 알아주고 높게 사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느끼게 되기도 했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그저 묻고 지나가려고 했었건만, 누군가로부터 듣고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듣게된 관계로 잘못된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최소한으로 방지하고자 키보드를 두드린다.

내가 갑자기 그만두게 된 이유

나에게 연락을 주신 분들이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며, 이번 포스팅에서 다뤄보고자 하는 핵심 파트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그곳을 바라보는 방향성에 대해서 교장 선생님과 뜻이 전혀 맞지 않았다. 아니, 이건 맞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극과 극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렇다면 왜 교장 선생님 취임 1주년이 되어서야, 이제서야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가? 

사실, 그 1년 동안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았고 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일개 학생주임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은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까이고, 혼나고, 또 꿋꿋하게 의견을내고 역시나 묵살 당하고 개무시를 당하더라도 그저 묵묵하게 지켜보면서 교장 선생님 스스로가 뭔가를 느끼고 단 1%라도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바래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내 바램은 명백하게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격돌하게 된 그날은 여느 때와 같이 의견이 충돌되었고, 그리고 정말 수치스럽게도 그 충돌의 현장이 개인간 대화가 아니라 다수가 참여하고 있던 대화방이라는 점이 내 안에 꾹꾹 눌러왔던 분노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한번 눌러진 분노 버튼으로 점화가 시작된 다이너마이트는 다시 되돌려지지 않았다. 이제는 특정 threshold를 넘기지 않아도 옆에 거치된 크레모아에 자동으로 불이 옮겨 붙었고, 결국에는 이 사단이 난 것이다. 물론, 나는 내 생각에 대해 정말 수차례 다른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었다. 그저 나 혼자 지랄발광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표현을 안(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그것조차 결국에는 허락하지 않았다.

모르겠다. 내가 정말 틀렸을 수도 있다. 그것은 결국 시간이 말해 주겠지.

2년간의 성적표

나도 이러한 액션을 아무 생각없이 감정적으로 쏟아내는 그런 앞뒤없는 인간은 아니다. 비록 내가 노이즈 메이커가 되고, 또 내가 욕을 먹고, 나아가 그로 인해 나가 이 조직에서 떠나가야 하게 될지라도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또 해결될 수 있는 물꼬를 트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최종적으로 받은 성적표는 이와 같다. 사실, 너무 수치스러워서 이것을 공개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는데 그래도 오해의 소지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다. 나가서 새로운 그룹을 만들라고 권고 사직을 당한 것이다. ㅋㅋㅋㅋ 그런데 나는 지금껏 2년여간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그룹 혹은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단 한번도 그 누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아마도 그동안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눌러왔던 무의식 중에 지배했던 생각이 결국 이렇게 나오고 만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 어투는 굉장히 정중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칼날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마치 내가 문제 제기를 하고 노이즈를 만들었던 이유가 사람들을 선동하고 흔들어서 데리고 나가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망발이 튀어나오지 않을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취급을 받고나니, 일단 화가 나기 보다는 굉장히 허탈하고 허무해졌다. 그리고 "내 언행에 대해 평소에도 이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거기에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과 명분이 사라져 버렸다.

정말 묻고싶다. 내가 언제 나가서 새로운 그룹을 만든다고 했는가? 내가 거기에 남아 있으면 뭐가 두려운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내가 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안된다. 이 말을 듣고도 그냥 붙어있는 게 오히려 더 정신이 제대로 안박힌 바보가 아닐까? 그렇다. 이건 그냥 너 더 이상 분위기 흐리지 말고 그냥 나라가는 뜻이다.

즉, 내가 짤린 것이다. 아닌가?

후회는 없다.

2년 동안 진심을 다해서 열정적으로 임했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자나깨나 어떻게 하면 이 커뮤니티를 발전시킬까,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 라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했었고, (비록 90% 이상은 까였지만) 누구보다 많은 의견과 제안을 냈으며, 가장 경험과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위해서 나름 개그, 드립을 치면서 노력도 많이 했다. 내가 한 말들이 거짓이라면 나에게 전부 돌을 던져도 좋다. 

그 만큼 난 그 그룹에서 내가 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단 하나도 부끄러운 점이 없으며, 어느 단 하나도 내 마음과 열정을 안 쏟아부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후련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 그룹에서 더 이상 기여할 것도 없어 보였고, 그 멘트를 본 순간 정말이지 100도가 넘게 타오르던 내 열정이 한순간에 얼어 붙어버렸다.

떠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들어오는 단도리..



정말 여기서 또 한번 혀를 차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 친구는 뭐가 두려워서 그런걸까? 정말이지 내가 선동해서 사람들을 빼가려고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멘트는 절대로 못친다. 

그리고 마음을 접고 나가려는 사람을 다시 불러서 "야, 너 잠깐 일루와봐. 꺼질 때 꺼지더라도 이제 더 이상 헛소리 하지말고 입조심하고 조용히 꺼져라." 그 동안 나를 얼마나 개병신, 호구, 잡놈으로 봤길래 끝까지 이런 망발을 하는 것일까? ㅋㅋㅋ 아주 이런 단도리가 습관으로 잡혀버려서 그런지, 내보내는 순간까지 이렇게 훅 들어올 줄은 정말 몰랐다. 

난 이 순간, 이미 이 사람과 관계된 모든 연을 끊을 결심이 섰기에 더 이상 날을 세우지 않았고 그저 그가 원하는 대답을 짤막하게 해줬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카톡 차단이라는 기능을 단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야 사용해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이 사람과는 그 어떤 인연/악연도 더 진행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즐거웠다.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불쾌하고 짜증나게 끝나서 그렇지, 그 동안 정말 즐거웠다. 몇몇 나랑 맞지 않는 사람들과 엮여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보람차고 즐거웠던 순간들이 더욱 크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안좋은 에피소드와 연관된 사람들을 제외하면 전부 좋은 사람들이고, 언제/어디서/무엇을 하든 다시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는 따로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물론 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할 지는 모르겠다. 이것도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들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그룹?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이슈이긴 한데... 새로운 그룹이라...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지금은 그저 쉬고 싶을 따름이고, 마침 회사일도 많이 바빠지고, 또 그 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연락을 했을 때 나에게 그룹을 같이 만들어서 해보자는 제안도 여러차례 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정중하게 거절을 했고, 또 '오비이락'이라고 했던가.. 내가 거기서 나오자 마자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버리면 정말로 그 당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 된다. 그렇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이 역시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족인데 개소름인 것은...

정말 나는 이런거 믿지 않는데, 유독 캐나다에 넘어온 이후에 나와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생긴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명백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이름이 전부 같은 성씨라는 것이다. 

정말 우연이겠지만, 그런 우연들이 각각의 독립 사건들로 4번 이상 겹치게 되다보니 그걸 직접 겪은 나로써는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다. 비록 그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그 특정 성씨들과는 가급적이면 인연의 시작 고리도 안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든다. 

그리고 다행히도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 가까운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 중에 그 성씨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앞으로의 미래만 내가 잘 살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4년 6월 20일 목요일

내가 본 최악의 리더 9가지 유형

리더십에 대한 나만의 오래된 생각과 철학을 이렇게 활자로 기록하고, 나중에 내가 리더십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반드시 이 포스팅을 다시 읽어보고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써본다. 아울러, 이렇게 공개적으로 오픈함으로써 미래의 나에게 스스로 약속을 하는 바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건강하지 못한 조직의 리더는 주로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리더가 그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1. 큰 숲을 안보고, 나무만 보는 리더

  • 모름지기 리더는 조직의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하며, 구성원들에게 그 조직이 장기/중기/단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잡아주고, 또 정기적으로 비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조직 차원에서 retrospective를 통해 잘하고 있는 점, 개선해야 할 점 등에 대해 객관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리더의 비젼 제시 및 retro에 따라 공통되고 일관된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따라갈 수 있고, 또 모티베이션을 얻게 된다.
  • 하지만 만약 리더가 큰 그림은 등외시한 채, 작은 나무만 보고 세세하게 챙기려 하면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리더가 되기 전, 구성원이었을 때의 습관과 성향을 리더가 되고 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서 답습하려는 게으름과 불성실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구성원은 디테일을 잘 챙기는 것으로 소기의 퍼포먼스를 내고,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리더는 절대 그렇지 않다. 리더는 디테일은 구성원들에게 믿고 맡기고, 스스로는 더 큰 그림을 보고, 더 멀리 보는 통찰력을 가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2. 본인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

  • 앞의 이야기와 어느 정도 이어진다. 마이크로는 구성원만의 고유한 role이자 responsibility 이다. 리더가 그 영역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하고 간섭할 때 조직원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고, 좌절감을 느끼며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게된다. 리더는 이것이 관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성원들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리더는 알아도 모른 척 해야하고, 몰라도 모른 척 해야 할 경우가 많이 생긴다. 자신이 리더라서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A부터 Z까지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자, 조직을 불신의 구덩이로 빠트리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직의 Hierarchy 및 보고 체계에 따라 하부 조직의 중간 관리자에게 내용 보고를 받고 업데이트를 하면 되며, 그것으로도 불충분할 경우에 한해서 직접 구성원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중간 관리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 예를 들어, 리더가 조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직접 알아야 한다는 명목 하에 모든 개별 조직의 모든 chat방에 join되어 있다고 해보자. 그 chat방의 분위기는 어떻게 될까? 게다가 중간 관리자는 그 순간부터 관리자가 아니라 중간 오퍼레이터가 되어 버린다. 오퍼레이터는 그저 리더로부터 하달 받은 오더를 조직원들에게 전파하고 취합하는 역할 이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리더가 매순간 보고 있기에 리더가 스스로 설정해 둔 그 선을 오퍼레이터가 넘게 될 경우, 리더의 마이크로 컨트롤 버튼이 눌리고 작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 또한 대화와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 즉, 리더는 매크로(Macro)를 챙겨야 하는 사람이지, 마이크로(Micro)를 챙겨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매크로를 살피고 챙기라고 리더의 역할과 권한이 있는 것이지, 마이크로 컨트롤을 하라고 지휘봉이 손에 쥐어진 것이 아니다.

3. 실무 담당자를 믿지 않는 리더

  • 리더는 자신이 가진 지휘권을 일부분 분할하여 중간 관리자, 때로는 실무자에게 적절하게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중간 관리자, 실무자들은 그 위임받은 지휘권을 가지고 그 안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해서 맡은 일을 완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자에게 업무 지시는 하되 그 실무자를 믿지 못해서 매번 자신이 마이크로 컨트롤을 하려는 리더가 있다.
  • 삼국지에 있는 짤막한 스토리를 가져와 본다. 위나라의 기반을 탄탄하게 세운 조조에게 대항하여, 한창 위세를 떨치던 촉나라에서 관우가 대군을 이끌고 승승장구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허창으로 돌진하게 되었다. 방심하고 있던 조조는 즉시 방어 겸 야전에서의 요격군을 편성했다. 이 방어군의 총 사령관(리더)으로 그 동안 수십년 동안 전장을 함께 누비며 피땀흘려 싸워온 우금을 임명했고, 선봉장으로 방덕을 지정했다. 이 발표를 접한 우금이 조조에게 찾아가 은밀하게 간했다. "방덕의 옛주인은 마초이고, 마초는 현재 촉나라에서 유비를 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덕의 형 역시 한중에서 유비를 섬기고 있으니 혹여 그가 두 마음을 품을까 걱정됩니다." 이에 방덕에게 선봉장의 인수를 반납하라는 명이 내려졌다. 당연히 방덕 역시 조조를 찾아가 사유를 물었다. 이에 조조가 우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추가로 덧붙이기를 "나는 그대를 믿고 전장에 내보내고 싶지만, 아랫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같이 않으니 어찌 하겠는가?" 방덕이 답 하기를, "제 형은 오래전에 저랑 의절을 했으므로 형제의 연이 끊어진지 오래이며, 마초는 옛 주인일 뿐 현재는 대왕께서 저의 주인이십니다. 대왕께서 이 방덕을 믿지 못하신다면 쓰지를 마시고, 일단 쓰셨다면 믿어주시 옵소서. 저는 이번 전쟁에 관을 가져갈 생각이옵니다. 제가 관 아무개를 베게되면 그 수급을 담아올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제 수급이 그 관에 담길 것이니 대왕께서는 의심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에 조조가 감탄하며 방덕에게 사과하고 다시 선봉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막상 전투에 임하자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바로 리더이자 총사령관인 우금의 방덕에 대한 질투심과 옹졸한 태도가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번번히 방덕의 의견에 태클을 걸고, 혹여나 방덕이 공을 세울까 걱정되어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결국 우금은 관우에게 사로잡히고 비굴하게 항복하는 신세가 되고, 방덕은 끝까지 저항하여 그가 짊어지고 간 관에 자신의 수급이 담겨져 허창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뛰어난 리더인 조조는 방덕을 믿고 맡겼으나, 옹졸한 리더인 우금은 믿기는 커녕 시셈을 하고, 번번이 앞길을 막고 사기를 저하시킨 결과가 바로 이렇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 이러한 일은 비단 옛날에만 한정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아직도 무수히 많은 조직들이 그러한 리더들로 인해 망가지고 있기도 하다. 믿지 못하겠으면 쓰질 말고, 일단 썼으면 믿어주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4. 하부 조직간/외부 조직과의 정보 교류를 차단하고 숨기는 리더

  • 하부 조직간 교류의 통로를 차단하고, 긴장감과 경쟁심을 유발하는 리더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물론 적당한 긴장감과 경쟁심은 조직에 어느정도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는 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부 조직간의 교류를 차단하고 그 브릿지를 리더 자신만이 하려고 한다는 것에 있다. 그 리더는 왜 그렇게 행동을 할까? 본인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모두가 자신의 컨트롤 아래에 있어야 하는데, 그 브릿지를 열어버리면 그것이 안되고 자신의 굳건한 입지가 흔들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부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오로지 자신이 검열하고 필터링하며, 또 독점하려 한다는 것이 이러한 리더들의 주요 특징이다. 게다가 A라는 팀에서 외부와의 미팅이 잡혀있는 경우, 많은 경우에 있어서 B팀, C팀에서도 그 미팅에 참여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파악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형의 리더는 그것도 철저하게 통제한다. 왜? 그 미팅으로부터 파생되는 정보와 인맥을 오로지 본인만이 독점해야 하고, 다른 팀에는 공유하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부 미팅을 여러 팀과 동행하면 정보와 인맥으로 쌓아온 권력을 그 팀들과 나누어 갖게 되고 결국에는 정보와 인맥을 빼앗기게 된다는 옹졸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팀간 오해와 불화가 쌓이고, 결국 신뢰가 무너지는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그것을 통찰할 만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리더라면 애초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5. 행동에 일관성이 없는 내로남불 리더

  • 일단 이러한 유형의 리더가 활개를 치고, 그 어떤 저항이나 견제도 받지 않게되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바로 확고한 내부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 내부 규정 혹은 회칙이 없는 조직이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한데, 실제로 그런 조직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룰도 법도 없는 무법 천지가 되며,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 역시 모든 사안을 자기 마음대로 떡 주무르듯 한다. 이런 리더는 어떤 사안에 본인이 꽂히면 아무의 의견도 구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부친다. 또 다른 누군가가 제안을 했는데, 그것이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기저기 물어봐야 하고, 또 리소스도 분석하고 리스크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갖가지 이유를 붙여서 있는 태클 없는 태클을 건다. 당연히 규정이 없으니 뭐가 옳은 프로세스이고, 뭐가 잘못된 것인지 그 누구도 명쾌하게 문제제기를 하거나 반박을 하지 못한다. 자기가 회의를 소집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으면, 당연히 주관한 사람이 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늦어도 2~3 business day에 공유를 해야하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인데, 이 역시 내로남불이다. 자기가 한 것은 회의록은 커녕 단 한줄의 메시지도 공유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회의는 비디오를 녹화해서 바로 올리라고 한다.
  • "야, 형이 오늘 제대로 쏠테니깐 너희들 먹고싶은 것 마음대로 다 시켜. 근데 난 짜장" 평소에 자유롭게 의견을 내라고 해놓고는 자유롭게 의견을 내면 일단 태클부터 걸어서 기를 죽이고, 더 이상 의견을 내지 못하게 묵살하거나 아니면 일단 들은 척은 하되 그냥 개무시를 해버리는 것도 이런 리더가 가진 정말 안좋은 습성이다. 적어도 진정한 리더라면,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제시한 의견에 대해 최소한의 검토와 피드백을 해주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 의견을 수용하고 반영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결국 이렇게 개무시당한 팀원은 쪽팔리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며, 의욕마저 상실해서 더 이상 새로운 의견은 커녕 참여 조차 꺼리게 되어버린다.

6. 팀원 모두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리더

  • 언뜻 보기에 모든 팀원의 의견을 전부 수렴하고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것 같고, 배려심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건 친구들끼리 술약속 따위를 잡을 때나 합리적이고 배려심이 있는 것이지, 한 조직을 이끄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리더가 해야할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모든 팀원들의 의견을 100% 수용하고 반영해서 모두가 해피하게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도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다. 어떤 사안이든 모든 팀원들이 100%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은 없다. 각자가 살아온 방식과 경험이 다르며, 중시하는 철학과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치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 이것은 아주 쉽게 증명해낼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모두의 의견을 구한다고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보자. 단 수신인을 특정하며 명시하지 말고, 그저 "모든 분들께.." 라는 목적어를 달아서 보내보자. 장담컨데, 메일을 받은 그 누구도 답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왜? 모두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은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한번 봐서 이해가 안된다면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 번 곱씹어서 읽어보길 바란다.
  • 지나친 이상주의, 그리고 자신은 배려심이 많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리더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전부 골고루 청취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답변을 얻어낼 것이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건 앞서 표현했던 대로 동네 친구들끼리 술 약속 잡을 때나 유용할 뿐이다. 아니 3~4명이 술약속을 잡는 것도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하는데 하물며 조직 내의 의사결정은 두말할 필요가 있겠나? 팀원이 10명이 넘어가고, 20명 가까이 되는 작은 조직에서 모든 팀원들의 의견을 다 청취한다? 그로인해 생기는 loss time과 피로감, 그리고 저하된 속도감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들은 나는 잘 보이던데, 그런 리더에겐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것 같다.

7.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는 리더

  • 리더는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다. 그래서 매번 리스크를 가장 먼저 맞딱뜨리게 되며, 그것을 현명하게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리스크를 적당히 안고서라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며, 또 때로는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그 속에서 포텐셜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 리더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라." 그래서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리더의 자리가 원래 그러한 것이다. 왕관을 쓰게된 자는 그 왕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리더 주위에 현명한 팀원들이 있다면, 결코 리더가 혼자서 리스크를 감당하게 방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리더는 앞서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팀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가 오면 혼자서 감당해야 할까봐 늘 전전긍긍하고 쫄보가 되어버린다.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면 리스크부터 파악하기 바쁘고, 이번에는 무슨 핑계를 대서 거절을 할까 고민부터 한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가? 한번 실패했다고 결코 조직이 무너지지 않는다. 리더도 엄연히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는 자신이 겪게될 실패가 매우 두렵기 때문에 앞으로 못 나아가고, 실패를 겪게되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다고 착각하며, 그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혹여 자신의 평판이 망가지거나 현재 가진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어떠한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그러한 리더는 리더로서의 자격 미달임에는 부정할 수 없겠다. 그리고 여기에 앞서서 언급했던 모두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는 성향은 이렇게도 해석이 된다. 마치 리더인 자신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오롯이 돌아오니깐, 모두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을 하면 비난의 화살도 분산이 되겠지.. 라는 생각? 아닐 것 같지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리더들을 가까이서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8. 응원/격려에 인색한 리더.

  • 팀원들은 응원과 칭찬을 바라고 의견을 제시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제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애티튜드는 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자신이 보기에 형편없고, 부족하며 또 말도 안되는 의견이라고 할지라도 리더라면 일단 경청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나름 고민에 고민을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고, 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서서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갖게 되기까지는 수 없이 많은 저항을 이겨내고 노력이 들어간다. 그 아이디어의 퀄리티는 차치하고 일단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제시하는 의견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 또 응원 혹은 격려를 해주는 것이 바로 리더의 덕목이다. 내용의 퀄리티는 그 이후에 따져보는 것이다. 그래야 보다 발전되고 건강한 의견들이 이어서 나오는 선순환 구조와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이러한 유형의 리더들은 모르거나, 알아도 인정할 줄을 모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9. 비판/조언을 통제하는 리더

  • 조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리더가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가 나서서 문제제기를 해야한다. 다소 불편하고 분위기를 안좋게 할 수있는 소재라 하더라도 꽁꽁 숨기고 묻어버리는데 급급하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곪아서 터지고 수습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다. 다친 상처는 재빨리 소독하고 약을 발라야 한다. 그런데 소독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그냥 눈에 안보이게 수건으로 둘둘 말아서 감싸두면 과연 나중에 어떻게 될까? 나는 건강한 조직일 수록 이러한 비판과 조언, 때로는 다소 쎄고 강해 보이더라도 그러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꺼내고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리더들은 그저 한치 앞만 바라본다. 당장의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것만 눈에 보이고, 뒤를 못본다. 심지어는 DM으로 분위기 망치는 그 메시지를 지워 달라고도 한다. 더 나아가 왜 리더인 자신에게 검사받고 허락받지 않은 의견을 마음대로 올리냐고 타박을 하고 윽박을 지르기도 한다.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있는 일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할까? 조직을 친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어두워지면 자칫 친목이 깨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어떤 조직도 친목질로 성공한 조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망하면 망했지.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모른다. 아니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저 조직이 잘 안 굴러가는 이유를 친목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황당하고 멍청한 결론으로 내려 버린다. 정말 황당함을 넘어서 안쓰러운 점은, 그것이 립서비스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앞서서 서두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이 생각은 비단 최근에만 한 것은 아니고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들이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는, 위에서 언급한 9개의 유형이 개별적으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리더가 전부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두가지만 있어도 끔찍한데, 이 9가지를 두루 갖춘 리더는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이다. 이제 앞으로는 적어도 내 주변(나를 포함)에는 이러한 리더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2024년 4월 28일 일요일

2024 4월 BCIT CST 온라인 밋업 후기

지난 주 목요일에 BCIT CST 온라인 첫 밋업을 열었고, 두시간 반정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밤도 샐듯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밋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는데, 그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복기하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캐나다에서 shy한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shy하고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생활하는 것은 캐나다 생활에서 마이너스가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쟁취하고 또 기회가 보이면 자신을 확실하고 강렬하게 어필할 줄 알아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없다.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을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0.1% 라도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하물며, 이렇게 대놓고 자리를 만들어줘도 안들어오는 사람들까지는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지난 BCIT CST 공부를 해오면서 정말 많은 선, 후배, 동기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와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애티튜드가 너무나도 안맞아서 연락을 끊어버린 사람들있고, 또 가면을 잘 쓰고 나를 이용해 먹으면서 통수치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렇게 네트워킹을 만들고 유지하려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가 이 모든 안좋은 점을 상쇄하고도 넘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또한 캐나다에 들어오기 전,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잘 알고 있었고, 또 그러한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이제는 많은 것을 경험해 본 선배가 된 입장에서 나도 후배들의 막막하고 답답한 앞길에 작은 촛불이 되어주고 싶은 것이 그 첫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내가 도와준 후배들이 계속 이어서 나와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여기도 분명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기에 앞서 말했던 나와는 맞지 않거나, 오히려 해가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나와 너무 잘 맞고, 또 함께하면 서로 시너지가 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발굴하고 함께하면서 앞으로 캐나다 생활을 보다 든든하고 보람차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부한 자기 소개는 버리고, 어떻게 하면 기억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100의 99는 이렇게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BCIT CST term3에 재학 중인 OOO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OOO에서 S/W 개발자 일을 하고있는 OOO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이렇게 인사를 들으면, 분명히 5분도 안되서 까먹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BCIT CST term3에 재학 중인 OOO 입니다. 저는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Programming paradigm 옵션을 선택했고 거기서 Go 언어를 가지고 backend 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에 블록체인 인더스트리로 가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의 dream company는 Binance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Binance.US에서 IT Ops 업무를 하고 있는 OOO입니다. 저는 현재 회사에서 Onboarding/Offboarding을 관리하고, 각종 Enterprise System의 admin을 맡으면서 동시에 Python, Go를 이용해서 System automation application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느낌이 오는가? 소개는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그저 단순히 내 소속, 이름만 이야기하면 전혀 임팩트가 없다. 내 소개를 통해 나는 어떤 인간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느 쪽으로 나가고 싶은지를 어필한다면 상대방이 조금 더 쉽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단 느슨한 연결고리를 걸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연결되는 다른 인맥들이 나와 공통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서로 연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내가 Binance.US에 취업하게 된 계기 역시 이러한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자기소개 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이렇게 밋업을 통해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정말 흥미롭게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모두 소중한 자기 시간을 빼서 참여하는 만큼, 조금 더 스마트하고 가성비 있게 네트워킹을 형성하면 더 좋지 않을까? 결국 밋업이라는 것은 나를 알리고, 또 상대방을 알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잠시 시간을 내서 앞으로 자기 소개 멘트를 조금 더 다듬어 보도록 하자. 이렇게 하면 네트워킹 파워가 훨씬 높아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되,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하자.

내 개인적인 경험담을 풀어보겠다.

나 역시 삼성전자 15년을 근무하면서 지독한 완벽주의에 빠져서 살아왔었다. 그래서 항상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 안에서 세부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그 틀 안에서만 살아왔었다. 조금이라도 그 틀이 흔들리거나, 그로 인해서 내가 그려둔 큰 그림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보이면 바로바로 차단해 왔었으며, 불가피하게 그러한 상황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삼성전자에서는 그것이 정말 잘 통했다. (잠시 자뻑에 취해 내 자랑 아닌 자랑 좀 하면.. ) 임원의 꿈을 품고 2005년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내가 짜놓은 프레임에 충실하게 따라가서 1년 차때 신입사원 전체 2등을 먹고 상위고과를 받았다. 그렇게 쭉쭉 잘 나가면서 대리를 지나서 과장 때 8주 어학과정에 발탁되었고, 지역전문가 pool에도 올라가게 되었다. 당연히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서 상위고과를 연속으로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에서 발생했다. 그 동안 내 업무 성과를 인정해주고, 또 나를 이뻐해주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던 그룹장(신임 상무)이 짤려서 회사를 나가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공교롭게도 지역전문가 마지막 전형인 인터뷰를 앞두고 말이다. 이후 그룹장 공석인 자리에 나와는 아주 결이 맞지 않는 부장이 임시로 그 자리를 맡게 되었고, 당연한 수순으로 나는 지역전문가 pool에서 빠지게 되는 아주 상콤 쌉싸름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ㅋㅋㅋㅋ

그렇다. 지독한 완벽주의를 자랑하면서 회사에서 단 한번도 실패를 겪지 않았던 내 큰 그림은 여기서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솟구치는 분노와 배신감에 정말 개같이 달려들어서 그 부장을 물어뜯었다. 그 부장은 슬쩍 공을 팀장(고참 상무)에게 넘겼고, 이미 나는 맛이 간 미친 개(!!)였기에 그 상무에게 겁없이 달려들어서 물어뜯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그 상무는 전무 진급에서 두번 미끄러졌고, 그 부장은 임원 진급을 못하고 한직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에 응당한 보복을 당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 보복에 불복했고, 그러한 첨예한 대치 상황이 반년 넘게 지속이 되었다.

그 때 느꼈던 것이 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근 6개월간의 미친개(!) 모드에서 진정이 되고나서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내가 물고 뜯어봐야 결국에 내 꿈이었던 삼성전자 임원은 커녕 부장 진급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 때 내 큰 그림을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심적인 여유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나를 지탱해주던 완벽주의를 버렸다. 여전히 큰 그림은 그리되, 이 상황이 내/외부적인 사건들의 누적으로 인해서 언제,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하고 인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 오히려 감사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만약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았고 내가 지역전문가로 파견이 되었었더라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후 주재원을 다녀오고 쭉쭉 잘나가서 그렇게 꿈에 그리던 삼성전자 임원 문턱까지는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러한 삶이 과연 행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완벽주의를 버리고 나니, 하나 밖에 보이지 않았던 길이 수 백, 수 천가지 길로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 중에 선택한 길은 캐나다 + 블록체인이었고, 그 길을 위해서 악전고투를 하면서 이렇게 내가 원하던 길로 진입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큰 그림은 언제나 흔들리는 나를 바로잡아 주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BCIT CST 공부, 취업 준비 등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삼성전자에서 퇴사를 하기 전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유연성을 길렀었기에 이렇게 지금까지 나름 잘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한다.

너무 strict하게 살면 세찬 바람이 불 때 과거의 나처럼 부러지게 된다. 그저 뿌리는 깊게 내리되, 비바람이 몰아치면 적당히 흔들려 주면서 그 flow를 심하게 거스르지 않는 삶의 태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씁쓸한 이야기...

이건 밋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고, 이후에 따로 들었던 이야기인데 너무 충격적인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이걸 주제로 따로 포스팅할 생각은 없기에 그저 여기에 남겨본다.

최근에 term3에서 또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친구들이 바로 지난 번 term2 때 2510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던 그 term이라 그다지 새로울 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지 싶다. 어떻게 final exam 시간에 chat gpt를 사용할 생각을 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정말 쪽팔리게 한국 친구들이 또 연루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럴거면 학교는 왜 다니는 건지.. 학교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며, 시험 시간에 chat gpt를 돌릴 정도의 실력이면, 그 어느 회사도 들어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괜히 시간과 돈만 낭비하면서 의미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인데, 왜 그렇게 소중한 시간과 돈을 버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다. 프로그래밍이 너무 어렵고 잘 안 맞는다고? 그렇다면 CST를 다니면 안된다. 오히려 그것을 빨리 깨달았으면 다른 방향으로 전환을 하는 것이 맞다.

사실, 이건 유학원들 잘못도 있다. "BCIT CST 졸업하면 회사에서 모셔간다"라는 헛소리를 아직도 그들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려놓고 장사를 하는데,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니 무시하면 된다. 그 어떤 회사에서도 BCIT CST 졸업했다고 데려가는 곳은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BCIT CST 졸업했으니, 취직은 될꺼야.."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있는 사람은 하루빨리 정신차리기 바란다. 나야 정말 천운이 맞아서 그리고 블록체인 쪽 경험도 있어서 취업을 빨리 한 편이지만, 지금 2023년 상반기 졸업한 실력 좋은 친구들이 이제 조금씩 취업을 하는 분위기이다. 즉, 쌓여가는 고인물들을 제치고 취업해야하는 이러한 상황에 시험 때 chat gpt 돌리는 실력 가지고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내가 회사 사장이라면, 내 회사에 나 같은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마무리

씁쓸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마무리 섹션을 추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력보다는 애티튜드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티튜드가 좋은 친구들을 보면 나는 어떻게든 그 친구를 끌어주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김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밋업 및 모임을 추진하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가 바로 그러한 좋은 애티튜드가 있는 친구들을 찾아내서 함께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끝.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2024년 4월 근황

블로그 포스팅을 잠정 중단한 지 정확하게 3개월이 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안물안궁이겠지만, 다시 포스팅을 재개하면서 근황을 업데이트 해보려 한다.

24년 1월 말 바이낸스US로 입사

운이 좋아서 작년 12월 말에 BCIT CST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 취업이 된 케이스이다. 물론 그 전에 다른 곳에서도 최종 인터뷰를 하나 더 본것은 안비밀!

어쨌거나 지금 바이낸스에서의 내 포지션은 intern이다. 지난 삼성에서 15년의 경력을 전부 다 버리고, 여기서 새롭게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솔직히 한국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억울하거나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다. 캐나다로 넘어와서 새롭게 출발을 하려고 한 것도 있거니와, 겉으로 보이는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경험해온 지식와 각종 생존 노하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깐.

그리고 이건 좀 재수없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어느 회사를 가든 무조건 잘할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내가 꿈에 그리던 바이낸스였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ㅋㅋㅋ 입사하고 대략 3개월동안 쉴틈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포스팅을 못했다고 한다면 변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그랬다.

특이한 job position 및 특이한 상황의 연속...

바이낸스에 입사할 때 명목상으로 IT Ops라는 타이틀을 받고 들어가게 되었지만, 내가 CS(Computer Science)를 전공했다는 사실로 인해 S/W 개발자라는 속성을 같이 받아서 들어간 케이스가 되었다. 즉, IT Ops와 관련된 S/W 개발을 하는 것이 내 role이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없는 포지션을 새롭게 만들게되면서 들어간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인턴이기에 계약기간이 존재했고 시작 시점이 조금 애매하게 되어서 1월말 시작해서 3월말에 끝나는 2개월 짜리 계약 인턴으로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포스팅을 하는 4월 말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 계약이 한번 더 연장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IT Ops 팀에는 S/W개발자가 없기 때문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에 몇번의 깜짝 이벤트를 성공시키고나니 이번에 연장할 때는 3개월이 아닌 6개월짜리로 받아낸 것인 것이다. ㅎㅎㅎ

1인 프로젝트.. 그 시작은 3개월이었으나...

회사에서 2월 초부터 Python으로 시작한 1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당초에 나는 이것을 3개월 짜리로 생각하고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을 했으나, 이게 왠걸.. 하면 할수록, 파면 팔수록 계속 먹거리가 나오는 형국인 것이었다. 처음에는 Google Drive와 GAM command를 사용해서 Data mining을 해서 간단하게 Slack에 뿌려주는 bot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딱 이거 가지고 6개월 추가 연장을 받아냈기에 여기서 멈췄다면 이 프로젝트는 단순 bot으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내 생명 연장의 재료가 소멸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케팅을 오랬동안 해왔던 내 DNA 속 23671번째 염색체가 계속 속삭여 준 것이었다. 이건 그저 단순한 일회성 도구가 아닌, 적어도 1년 먹거리가 될 대박 아이템이라고 말이다. 게다가 한국 이대감댁 노비를 오랬동안 해오면서 자동으로 넓어진 내 시야 덕택에 조금 더 넓고 멀리볼 수 있게 된 것도 한몫 했다. 예를 들어,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이 리포트를 보는 입장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이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프로젝트를 지시한 부사장은 그저 단순하게 "Google Drive Label 현황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tool을 만들어줘" 라고 한 마디만 던졌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왜 그런 오더를 내렸고, 또 그 사람은 여기서 어떤 insight와 value를 뽑아내고 싶은 것인가? 여기서 뽑아낸 insight를 가지고 어떤 약을 팔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입사하고 근 한달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리 속을 휘져어 놓았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그 부사장이 약을 팔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모두(나, 내 매니저, 부사장)에게 이롭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에, 나 또한 그것을 이용해서 내 매니저와 부사장에게 내가 만든 특효약을 잘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주간의 프로젝트 기획을 하고 결국 bot에 대해 demo를 마치고 나서 바로 database 만들고, frontend/backend server, API server를 구축하고, web dashboard 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100% 완성은 되지 않았지만, 바로 어제 부사장 보고를 마쳤고 역시나 내가 제조한 약이 이번에도 제대로 먹혔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실 이 app은 우리 IT Ops 내부적으로만 사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이걸 전사 차원의 production 레벨로 올려서 개발을 완성해보자는 피드백이 부사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웃흥~)

내 마음의 소리는 이렇게 외쳤다. "이거 완성하면 무적권 full time 각이다!!" 그런 고로 잠깐만 바쁘고 강, 약, 중강, 약 스탠스로 가려던 내 회사생활이 계속 강, 강, 강, 강으로 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내가 죽고못사는 크립토 업계에서, 그것도 worldwide no1인 바이낸스에서 이런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도파민을 만땅으로 뿜뿜해주는 것이기에 즐기면서 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BCIT CST 학교 생활을 되돌아 보며...

내가 포스팅을 통해서도 여러번 언급 및 강조를 한 내용이기도 한데, 역시나 학교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BCIT CST의 2년은 정말 지옥이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일 정도로 매우 힘든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지나고나서 되돌아보니 그 만큼 나는 엄청나게 성장을 했고 많이 배웠다는 것이다. 혹자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전부 쓸모없는 죽은 지식라고 한다. 그저 빨리 졸업해서 캐나다 영주권 점수를 따거나, 혹은 취업을 하기 위한 귀찮은 관문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A부터 Z까지 CS 이론과 실습을 제대로 훑게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2년간의 시간과 비용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부분은 까먹었지만...)

구체적인 지식은 머리 속에서 잊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식을 찾아내는 방법, 찾아낸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 또 여러 지식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서 그 안에서 implication을 발견하고 value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잊혀질 수가 없다. 학교 생활을 제대로 했다면 말이다. 왜냐하면 term1 때부터 term4까지 무수하게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러한 것들이 머리가 아닌 몸에 체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을 보는 후배들이 있다면, 내 이야기가 귀감이 되고, 또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몇 마디 더 해보겠다. 학교 생활이 힘들고 어렵다고 섣불리 나약해 지거나, 비겁해지지 말자. 핑계를 찾지 말자. 영어가 안되서 힘들다고? 나 역시 지금도 영어가 안된다. 그래도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되돌아보니 학교 영어는 정말정말 쉬운 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영어를 못해도 배려를 해주니 말이다. 나이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BCIT CST term1 시작할 때 2020년도에 내 나이는 41살이었다.(최고령 ㅋㅋ) 게다가 와이프, 딸래미, 그리고 강아지까지 다 같이 캐나다에 넘어왔기에 가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체력은 정말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정신력이라는 사실은 나 스스로가 증명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영어, 체력 디버프를 받아가면서도 모든 과목에서 단 하나의 fail도 없었고, 방학 때 part time도 하나도 안듣고 오로지 노메딕 생마린으로 다 덤벼서 무사 졸업한 케이스이다. 그것도 버나비 캠퍼스에서 with distinction 성적으로 말이다. 이 정도면 그 누구도 내 앞에서 영어, 나이 핑계를 대지는 못할 것이리라. ㅎㅎㅎㅎ

물론 코드 카피, 치팅, 족보, ChatGPT 등에 의존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졸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하면 졸업하고나서 반드시 그에 응당한 결과를 받게된다. 누군가가 뿌려준 족보를 보고 성적을 잘 받으면 뭐하냐? 남는 것 하나 없이, 머리 속에 텅텅 비어서 졸업하고 취업이 안되는데... 랩/어싸인먼트 할때 깃허브 쇼핑해서 남의 코드 카피해서 내면 당장은 편하겠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내 실력이 하나도 안는다. 역시나 졸업하고 나서 그 댓가를 치루게 된다. 왜 소중한 시간, 비싼 등록금을 내가면서 이런 짓들을 할까? 여기는 한국처럼 학점을 보는 사회도 아닌데 말이다.

자, 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오면... BCIT CST의 term3까지는 솔직히 나도 주어진 공부를 다 소화하면서 하긴 했지만, 뭔가 똘똘하게 뭉쳐지는 느낌이 안들었다. 그래서 동기부여도 잘 안되었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term4의 한 과목에서 포텐이 터지는 아주 화끈하면서도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가 term1 부터 배웠던 모든 이론과 실습,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Amir의 Internet Architecture라는 과목에서 그 산개되어 있었던 dot들이 전부 연결되면서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랩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DB, Memory management, Restful API, micro architecture 등등이 모두 연결되어서 하나의 원기옥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렇게 모아둔 원기옥을 지금 바이낸스라는 회사에 입사해서 이렇게 아주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과목에서 나처럼 느끼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것은 둘 중에 하나의 케이스가 아닐까 한다. 이미 모든 dot이 연결 되었거나, 아니면 연결할 dot이 없는 경우일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러한 이유로 BCIT CST에 들어온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물론 끔찍하겠지만.. ) 다시 BCIT CST를 선택할 것 같다.

참.. BCIT CST의 term별 생생 후기 링크를 첨부하니, 궁금한 사람은 눌러보기 바란다.

BCIT CST Term1 리뷰

BCIT CST Term2 리뷰

BCIT CST Term3 리뷰

BCIT CST Term4 리뷰

그 외에 내 블로그에는 BCIT CST와 관련한 주옥같은 포스팅들이 많으니, 알아서 잘 찾아서 보기 바란다. (호의는 여기까지 ㅋㅋㅋ)

앞으로의 계획

원래 입사하자 마자 Celpip 점수를 만들고 운동도 하면서 캐나다 직장인 라이프를 즐길려는 거창한(!)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 나란 인간이 그렇지 모 ㅋㅋㅋ 여러가지 것들을 동시에 수행하지 못하는 싱글 테스킹 전용 CPU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에 하나씩 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ㅋㅋㅋㅋ

그래도 일단 회사에는 어느정도 적응도 했고 하니, 이제 영주권을 위한 영어 점수 확보를 위해서 지난 주부터 Celpip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마도 앞으로 포스팅은 주로 Celpip과 관련된 내용이 되지 싶다. 일단 올해말까지 내 목표는 단 2가지 이다. 바이낸스US에서 full time되기와 Celpip 고득점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Celpip에 대해서는 제대로 맛을 못봐서 명확하게 목표지점을 잡진 않았다. 이것도 시험 비용이 더럽게 비싸기 때문에 함부로 못본다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다시 포스팅을 재개하면서 안물안궁의 근황도 업데이트 해봤다. 끝.

2024년 1월 20일 토요일

2024년 1분기 계획

그 힘들던 BCIT CST 졸업도 무사히 했고, 또 그토록 바라던 바이낸스US에 취업도 했다. 이렇게 캐나다 영주권으로 가는 여정에 있어서 한층 가까워져 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번 분기에 이뤄야할 것들에 대해서 한번 고찰을 해보고, 또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리고 매번 강조하지만, 역시나 블로그 포스팅은 하늘이 내려주신 최강의 무기이다. 나는 매번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서 내 사고의 틀을 확장하며, 깊은 고찰을 한다. 그리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던 불필요한 파편들을 조각정리해서 한쪽으로 몰아주는 역할 역시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서 진행한다. 게다가 글쓰는 행위 자체로 나는 깊은 충만감을 느끼며, 동시에 힐링을 받는다. 이건 정말 끊을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아마도 평생 포스팅을 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목표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충만한 삶을 위한 길임을 잘 알고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목표"라 함은 정말 1차원적인 것을 지칭한다. 몸무게를 10kg 뺀다, 1년에 5000만원을 모은다 등등 이러한 목표는 이루고 나면 그 다음으로 더 큰 목표가 자동으로 생겨버린다. 몸무게 10kg를 뺀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다음은 추가 5kg 더 빼기 등등 끝이 없어져 버린다. 이렇듯, 구체적인 것처럼 보이는 목표가 오히려 달성을 하게되면 뿌듯함 보다는 허무한 감정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허무함을 가져오는 목표 대신에, 이번 분기에 아래와 같이 끝이 있는 목표를 설정하려 한다.

셀핍 점수 확보하기

일단 1번의 셀핍 점수는 한번 따면 2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영주권에 필요한 점수만 확보해두면 그 이후로는 다시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따라서 끝이 있는 목표이다. 아직은 영주권에 필요한 점수가 몇점인지 제대로 조사는 하지 않았고, 일단 큰그림 부터 잡아보려 한다.

대략 알아보니 CLB 등급 6점 이상이 되어야 이민 신청이 가능하고, 가산점은 CLB 7점 이상부터 주어진다고 한다. 내가 아직은 셀핍 공부를 해본적이 없어서 감이 없긴한데,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도전해볼 만한 점수는 추후에 한번 각을 재보고 업데이트를 해보려 한다.

바이낸스 fulltime 승격되기

2번의 바이낸스 fulltime 승격되기 역시 한번 승격이 되면, 그 자체로 목표 달성이 되고 그 이상의 반복된 목표로서는 의미가 없게 되므로 끝이 있는 목표가 된다.

fulltime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performance를 내 주어야 한다. 즉, 내게 주어진 업무는 당연히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고, 추가적으로 성과를 만들고 데모 등을 통해 어필하여 인정을 받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연출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fulltime 대상자로 올라갈 수 있는 당위성과 근거가 마련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입사를 한 상태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우선 최대한 빠르게 기본 업무 파악을 하고, 이후 Okta, Slack을 연동하여 optimization, automation 하는 tool을 개발하는 것을 큰 그림으로 가져가려 한다.

운동하기

특별히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련다. 그저 가능하다면 매일 아침 동네 조깅을 하면서 머리속을 비우고, 그 순간 순간에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로 만족하는 운동을 할 생각이다. 이렇게 그 순간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체력과 건강이 따라오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그리 거창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찮지도 않다. 그저 담백하면서도 심플하게 설정된 이 목표들을 향해 이번 분기에 치열하고 충만하게 달려보련다.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꿈에 그리던 직장인 바이낸스 US에 입사하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두번째 인터뷰를 본 회사인 Binance US에 IT Support Specialist로 합격했다. 물론 이 포지션은 intern 포지션이다. 하지만, 요즘같은 분위기에 이렇게 취업이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야 할 정도이다.

게다가 내가 꿈에 그리던 바이낸스에 들어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벅차오르기도 한다. 사실, 포지션은 나에게 그닥 이슈가 되지 않는다. 마케팅으로 경력을 살려서 가져간다면 당연히 Marketing Director 급이 맞지만, 이번 포지션은 개발/기술지원 쪽이기 때문에 인턴부터 시작하는게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크립토 마켓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십분 활용해서 집중한다면, 정말 충만하게 즐기면서 일을 할수 있을 것이고 직급과 연봉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좋다.

방금 도착한 뜨끈뜨끈한 offer letter!! 캐나다에서 처음 받아보는 offer letter이기에 감회가 정말 남다르기도 하다.


바로 어제 Binance US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마쳤고, 바로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오늘은 HR VP 미팅이 잡혀있다. 인터뷰는 한차례 경험(!)이 있기에 무난하게 통과를 한 것도 있고, 사실 입사지원 전에 나를 바이낸스로 이끌어준 고마운 친구가 있었기에 이렇게 좋게 성사가 된 것이기도 하다. 인생으로 보면 나보다 한참 어린 후배이지만, 어쨌거나 업무적으로 보면 나보다 선배이고 또한 내가 리포트를 해야할 매니저이자 은인이기 때문에 나이를 떠나서 respect하고 또 잘 서포트를 해야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정말 어린 나이에 비해 생각도 정말 깊고, 내가 가끔 깜짝 놀랄 정도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respect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캐나다에 넘어와서 너무나도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고, 이렇게 은인도 생긴 점에 대해서는 너무 감사한 요즘이다.

어쨌거나 오늘 미팅은 인터뷰는 아니고, 입사 관련해서 안내를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예정이 되어있다. 아마도 이때 입사 날짜에 대한 토론이 될 것 같다. 내 생각에는 2월 1일자에 시작하는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는데, 일단 이야기를 나눠봐야 확정이 될 것 같다.

인턴 포지션이기에 우선 3개월 계약으로 갈 것 같고, 3개월이 끝나는 시점에 다음의 path가 예상된다.

  1. Full time 승격
  2. 인턴 3개월 연장
  3. 인턴 계약 종료

이렇게 3가지 path 중에서 당연히 1번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겠다. 내가 가진 강점은 일반적인 IT Ops role은 프로그래밍을 하지 못하는데 반해, 나는 CST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웠기 때문에 이 점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3개월 내에 performance를 만들고 이를 잘 presentation 해서 full time을 받아낼 생각이다.

대략적인 큰 그림은 그려졌고, 구체적인 밑그림과 채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은 3개월 동안에는 OKTA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이를 Slack과 연동하고 자동화하는 tool을 개발하는 데에 전력질주할 생각이다. 자동화 및 최적화는 당연히 내가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즐기면서 performance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게다가 보너스로 바이낸스 내부에서 진행한 세미나 비디오들이 굉장히 많은데, 내가 입사를 하게되면 이러한 비디오들도 원없이 보면서 그 동안 거래소 밖에서 바라봤던 크립토 관련한 다양한 호기심과 궁금증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내가 공부하고 배우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외비성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포스팅에 기록으로 남겨보도록 하겠다.

2024년 1월 17일 수요일

캐나다에서 첫 Job interview를 본 후기

캐나다 첫 인터뷰를 하게된 소감

아주 우연하고도 재미있는 인연으로 캐나다 블록체인 회사와 첫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아직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섣불리 그 full story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 생생한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포스팅을 해본다. 만약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된다면, 내 인생이 송두리채 바뀌는 계기가 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라 인터뷰 일정이 잡히고 나서도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못 잘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마도 남은 올해 기간안에 통보가 오지는 않을것 같아서, 우선은 마음을 비우고 내가 세운 계획대로 keep going을 하는 것이 맞아보인다. 사실, 지금도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있는데, 이 신경쓰이는 것을 일단 keep 해놓고 마인드를 다시 전환하고자 이렇게 포스팅을 하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공부를 하느라 포스팅을 자주 못해서 감도 조금 떨어진 것 같고, 또 필력(!)도 좀 낡았는데, 이 부분도 다시금 가다듬을 목적도 있다.

아울러 10년 넘은 블로거로서 내가 늘상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역시나 글쓰는 행위 하나만으로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직접 보여주고 싶다. 사실 이 부분은 앞서도 밝혔던 대로 지금 바로 공개하지않고 채용의 결과가 나오고 나서, 그 결과에 상관없이 오픈하도록 하겠다.

부디 긍정적인 full story를 다시 공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모든 게임이 3일 안에...

모든 사건은 이번 주 단 한주안에 일어났다. 그 만큼 굉장히 호흡이 빠르고 긴박하게 이루어져 버렸다. 갑자기 연락이 온 CSO(Chief Scientific Officer)와 간단한 담소 및 discussion을 하는 와중에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formal interview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 바로 HR로부터 interview 일정을 잡자는 연락. 선택지는 수요일 or 목요일.. 이메일 받은 시점은 화요일 ㅋㅋㅋ 어쨌거나 1분 1초라도 준비의 시간이 더 필요했던 나의 선택은 당연히도 목요일이 되었고, 그 시점부터 진돗개 준비태세 발령되고 열씸히 군장을 싸게 되었다. 사실, 아직은 인터뷰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는 상태에서 2일 뒤에 바로 진행한다는 사실은 내 아드레날린을 머리끝까지 끓어오르게 만드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실전 인터뷰를 준비하려고 하니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영어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전혀 예상이 안되기도 했거니와,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매번 그래왔듯이 내가 모시고 사는 여왕벌의 한 마디 조언이 아주 크게 작용했다. 질문을 예상하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내가 자료 준비를 해서 발표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맞다. 나는 항상 그래왔다. 내가 한국에서 프리렌서 마케팅 어드바이저 job을 따낼 때도 나는 내가 먼저 들이밀었고, 항상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직접 CEO 앞에서 PT를 해서 그것을 성사시켜왔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와이프가 다시금 그것을 일깨워준 것이었다. 사실, 여기서 처음 밝히지만 나는 디테일한 것을 아주 깊이 살펴보는 통찰력이 있다면, 여왕벌이 세상을 좀 넓게 보는 눈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기도 하다.


인터뷰 준비

여왕벌의 조언대로 내가 그 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자료를 준비했다. 인터뷰어는 CEO와 CTO였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는 이미 CSO와의 대화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 깔끔하게 7장으로 준비를 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PT를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그들에게 오픈하고 내 의도대로 쭉쭉 풀어나갈 것인가 였다.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만능약을 준비했다 하더라도, 그걸 오픈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까보지도 못하고 끝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발언권을 가질 수있는 타이밍은 별로 없다. 그저 주어진 질문에 답변을 하는 순간일 뿐이다. 그래서 엄청 짱구를 굴려가면서 시나리오를 짜봤다. 그리고 발견한 인사이트 하나!! 모든 인터뷰는 자기소개를 요청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 소개를 요청받으면, 준비된 소개를 하고나서 이어서 살짝 썰을 풀어보는 전략으로 가기로 했다. 즉, "나는 이러이러한 넘이고 저러저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너희 회사에는 요러한 것들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너희 CSO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너희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을 할 수 있었고, 여기서 내 경험을 녹여서 만든 자료가 있어. 그래서 그것을 같이 보면서 discussion을 해보는 건 어때?"라고 던져보는 것이다. 이것은 내 생각에는 99.999% 성공할 확률이 있다. 내가 CEO라도 인터뷰이가 이렇게 자료를 준비했다는데, 안 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오히려 더 호기심이 유발될 것이다.


인터뷰 진행

일단 1시간 전부터 화상 회의실에 입장 대기를 걸어두고 기다렸다. 그리고 CEO와 CTO가 대략 3~4분 쯤 전에 입장을 하면서 놀라더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줄 몰랐다고.. 그리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첫 공식 질문으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요청이왔다. 오케이!!! 이제 내 전략이 먹히겠구나.. 라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준비된 소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끼를 던졌고, 그들은 또 역시나 자연스럽게 미끼를 물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한마디를 했다. "그런데 이 자료를 같이 보긴 할건데, 그래도 우리가 너한테 질문할 시간은 줘야할 것 같아" "당연하지!! 이 자료는 대략 20분 정도 분량이고, 너희가 시간만 된다면 얼마든지 질문을 해줘."라고 호기롭게 외치고 바로 PT에 들어갔다. 사실,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 전문 영역이 PT였기에 이 부분은 나름 큰 실수 없이 진행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영어로 하는 거라서 많이 버벅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화상 면접인데다가 CTO와 CEO는 카메라를 off해놓고 있어서 사실 그들의 표정을 관찰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확신은 없었으나, 분명한 것은 내 PT가 그들에게 신선하게 먹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나같이 이렇게 먼저 PT로 들이대는 인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명도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00이면 100, 그저 인터뷰에서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데 focus를 하려하지, 인터뷰를 주도할 생각을 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게다가 PPT도 그 회사의 로고를 넣고, color theme을 맞춰서 새롭게 슬라이드 템플릿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디테일도 살짝 보여줬다. 내가 CEO라면 이러한 부분을 캐치해서 점수를 더 주지 않을까나? 하는 생각에서 했던 것이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매번 내가 누군가의 앞에서 PT를 할때는 이런 식으로 맞춤형 슬라이드를 만들어오기도 했었다.

PT가 끝나고, 이제 그들이 내 resume를 보고 준비했던 질문들, 그리고 PT의 내용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질문들이 쏟아졌다. 대략 20개 이상의 질문이 엄청나게 쏟아졌고, 잘 대답한 부분도 있고, 버벅인 질문도 있었다. 그런데 그 전에 CSO와 이야기를 나눌때 내가 English가 내 second language라고 솔직하게 밝혔던 점을 전달 받았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서 답변을 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내가 회사에 대해서 궁금한 점들에 대해서 질문을 할 시간을 주었고, 이 역시 미리 준비해 두었던 3가지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는 이렇게 역으로 질문을 받는다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내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어떠한 인상을 받게될지가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1시간을 꽉꽉 채우고, CEO의 마지막 멘트가 인상에 남았다. 물론 예의상 하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오늘 대화가 너무 즐거웠고, 곧 HR팀에서 연락이 갈 것이다." 라고 말이다. 물론 너무 큰 의미를 두고 기대를 하면, 나중에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실망이 크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여운이 아직까지도 미쳐서 하루에도 메일함을 수십번씩 열어보는 내 자신이 때로는 좀 한심해 보이기도 해서 이렇게 포스팅으로 남기면서 떨궈 버릴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 생각을 옮겨보니 정말이지 뭐랄까... 내 머리 속의 한켠을 차치하고 있던 걱정과 근심이 잠시 이동되는 느낌도 받게되었다.

느낀점, 그리고 이후의 plan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를바 없이 기존의 plan 대로 공부하고 운동하고, 또 취업 준비를 하려 한다. 이번 첫 인터뷰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고, 배웠다. 그래서 두번째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어느 부분을 더 보완하고 또 준비해야할 지에 대해서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첫번째로는 절대로 긴장하면 안된다. 그저 마음 편하게 서로 대화를 나눠가면서 알아간다는 심정으로 인터뷰에 임해야 하겠다. 긴장을 하게되면 말도 잘 안나오고 평소에 내가 알고있던 지식의 뉴런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말이 막히거나, 혹은 질문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했을 때 해야하는 행동에 대해서 미리 철저히 준비하고 연습이 되어있어야 하겠다. 그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우물쭈물 하거나,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안좋은 태도이다. 차라리 "내가 이해를 잘 못했는데, 다시 한번 질문을 해줄래?"라고 하거나 상대방의 질문을 듣고 "아.. 니가 말한게 이런건데, 내가 여기에 대해서 답을 하면 될까?"라고 패러프레이징을 해서 역으로 확인하는 방식, 또는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한데, 괜찮다면 시간을 조금 사용해도 될까?"라는 식으로 계속 핑퐁이 이어지는 상황이 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완벽하게 준비를 못하고 대략 40~50% 정도만 연습이 되어서 그런지 실전에서는 잘 나오질 못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들을 인터뷰 전에 꼭 염두에 두고 확실하게 연습을 해야 하겠다.


아직 인터뷰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위의 썰들은 아직은 그저 나 개인의 뇌피셜로만 한정지으려 한다. 하루빨리 좋은 결과가 나와서 full story를 여기에 다시 풀어볼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포스팅이 우연히건, 아니면 일부러 찾아온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조그마한 영감과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도 매우 만족하는 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