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요일

내가 그곳에서 나오게 된 이유 (Feat. 씁쓸한 결말)

최근에 내가 2년여간 운영진 그리고 마케팅 리드로 함께 해왔던 모 한인 커뮤니티의 모든 활동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만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고맙게도 많은 분들로부터 응원, 격려의 카톡, 전화, 메시지 등을 받았다. 비록 내가 2년 동안 활동하면서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받은 성적표는 매우 씁쓸하고 초라하며, 또 억울하고 실망스럽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그간의 내 열정과 헌신, 그리고 진심을 알아주고 높게 사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느끼게 되기도 했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그저 묻고 지나가려고 했었건만, 누군가로부터 듣고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듣게된 관계로 잘못된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최소한으로 방지하고자 키보드를 두드린다.

내가 갑자기 그만두게 된 이유

나에게 연락을 주신 분들이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며, 이번 포스팅에서 다뤄보고자 하는 핵심 파트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그곳을 바라보는 방향성에 대해서 교장 선생님과 뜻이 전혀 맞지 않았다. 아니, 이건 맞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극과 극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렇다면 왜 교장 선생님 취임 1주년이 되어서야, 이제서야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가? 

사실, 그 1년 동안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았고 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일개 학생주임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은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까이고, 혼나고, 또 꿋꿋하게 의견을내고 역시나 묵살 당하고 개무시를 당하더라도 그저 묵묵하게 지켜보면서 교장 선생님 스스로가 뭔가를 느끼고 단 1%라도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바래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내 바램은 명백하게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격돌하게 된 그날은 여느 때와 같이 의견이 충돌되었고, 그리고 정말 수치스럽게도 그 충돌의 현장이 개인간 대화가 아니라 다수가 참여하고 있던 대화방이라는 점이 내 안에 꾹꾹 눌러왔던 분노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한번 눌러진 분노 버튼으로 점화가 시작된 다이너마이트는 다시 되돌려지지 않았다. 이제는 특정 threshold를 넘기지 않아도 옆에 거치된 크레모아에 자동으로 불이 옮겨 붙었고, 결국에는 이 사단이 난 것이다. 물론, 나는 내 생각에 대해 정말 수차례 다른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었다. 그저 나 혼자 지랄발광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표현을 안(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그것조차 결국에는 허락하지 않았다.

모르겠다. 내가 정말 틀렸을 수도 있다. 그것은 결국 시간이 말해 주겠지.

2년간의 성적표

나도 이러한 액션을 아무 생각없이 감정적으로 쏟아내는 그런 앞뒤없는 인간은 아니다. 비록 내가 노이즈 메이커가 되고, 또 내가 욕을 먹고, 나아가 그로 인해 나가 이 조직에서 떠나가야 하게 될지라도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또 해결될 수 있는 물꼬를 트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최종적으로 받은 성적표는 이와 같다. 사실, 너무 수치스러워서 이것을 공개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는데 그래도 오해의 소지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다. 나가서 새로운 그룹을 만들라고 권고 사직을 당한 것이다. ㅋㅋㅋㅋ 그런데 나는 지금껏 2년여간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그룹 혹은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단 한번도 그 누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아마도 그동안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눌러왔던 무의식 중에 지배했던 생각이 결국 이렇게 나오고 만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 어투는 굉장히 정중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칼날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마치 내가 문제 제기를 하고 노이즈를 만들었던 이유가 사람들을 선동하고 흔들어서 데리고 나가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망발이 튀어나오지 않을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취급을 받고나니, 일단 화가 나기 보다는 굉장히 허탈하고 허무해졌다. 그리고 "내 언행에 대해 평소에도 이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거기에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과 명분이 사라져 버렸다.

정말 묻고싶다. 내가 언제 나가서 새로운 그룹을 만든다고 했는가? 내가 거기에 남아 있으면 뭐가 두려운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내가 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안된다. 이 말을 듣고도 그냥 붙어있는 게 오히려 더 정신이 제대로 안박힌 바보가 아닐까? 그렇다. 이건 그냥 너 더 이상 분위기 흐리지 말고 그냥 나라가는 뜻이다.

즉, 내가 짤린 것이다. 아닌가?

후회는 없다.

2년 동안 진심을 다해서 열정적으로 임했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자나깨나 어떻게 하면 이 커뮤니티를 발전시킬까,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 라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했었고, (비록 90% 이상은 까였지만) 누구보다 많은 의견과 제안을 냈으며, 가장 경험과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위해서 나름 개그, 드립을 치면서 노력도 많이 했다. 내가 한 말들이 거짓이라면 나에게 전부 돌을 던져도 좋다. 

그 만큼 난 그 그룹에서 내가 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단 하나도 부끄러운 점이 없으며, 어느 단 하나도 내 마음과 열정을 안 쏟아부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후련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 그룹에서 더 이상 기여할 것도 없어 보였고, 그 멘트를 본 순간 정말이지 100도가 넘게 타오르던 내 열정이 한순간에 얼어 붙어버렸다.

떠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들어오는 단도리..



정말 여기서 또 한번 혀를 차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 친구는 뭐가 두려워서 그런걸까? 정말이지 내가 선동해서 사람들을 빼가려고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멘트는 절대로 못친다. 

그리고 마음을 접고 나가려는 사람을 다시 불러서 "야, 너 잠깐 일루와봐. 꺼질 때 꺼지더라도 이제 더 이상 헛소리 하지말고 입조심하고 조용히 꺼져라." 그 동안 나를 얼마나 개병신, 호구, 잡놈으로 봤길래 끝까지 이런 망발을 하는 것일까? ㅋㅋㅋ 아주 이런 단도리가 습관으로 잡혀버려서 그런지, 내보내는 순간까지 이렇게 훅 들어올 줄은 정말 몰랐다. 

난 이 순간, 이미 이 사람과 관계된 모든 연을 끊을 결심이 섰기에 더 이상 날을 세우지 않았고 그저 그가 원하는 대답을 짤막하게 해줬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카톡 차단이라는 기능을 단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야 사용해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이 사람과는 그 어떤 인연/악연도 더 진행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즐거웠다.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불쾌하고 짜증나게 끝나서 그렇지, 그 동안 정말 즐거웠다. 몇몇 나랑 맞지 않는 사람들과 엮여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보람차고 즐거웠던 순간들이 더욱 크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안좋은 에피소드와 연관된 사람들을 제외하면 전부 좋은 사람들이고, 언제/어디서/무엇을 하든 다시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는 따로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물론 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할 지는 모르겠다. 이것도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들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그룹?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이슈이긴 한데... 새로운 그룹이라...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지금은 그저 쉬고 싶을 따름이고, 마침 회사일도 많이 바빠지고, 또 그 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연락을 했을 때 나에게 그룹을 같이 만들어서 해보자는 제안도 여러차례 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정중하게 거절을 했고, 또 '오비이락'이라고 했던가.. 내가 거기서 나오자 마자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버리면 정말로 그 당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 된다. 그렇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이 역시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족인데 개소름인 것은...

정말 나는 이런거 믿지 않는데, 유독 캐나다에 넘어온 이후에 나와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생긴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명백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이름이 전부 같은 성씨라는 것이다. 

정말 우연이겠지만, 그런 우연들이 각각의 독립 사건들로 4번 이상 겹치게 되다보니 그걸 직접 겪은 나로써는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다. 비록 그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그 특정 성씨들과는 가급적이면 인연의 시작 고리도 안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든다. 

그리고 다행히도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 가까운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 중에 그 성씨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앞으로의 미래만 내가 잘 살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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