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포스팅을 잠정 중단한 지 정확하게 3개월이 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안물안궁이겠지만, 다시 포스팅을 재개하면서 근황을 업데이트 해보려 한다.
24년 1월 말 바이낸스US로 입사
운이 좋아서 작년 12월 말에 BCIT CST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 취업이 된 케이스이다. 물론 그 전에 다른 곳에서도 최종 인터뷰를 하나 더 본것은 안비밀!
어쨌거나 지금 바이낸스에서의 내 포지션은 intern이다. 지난 삼성에서 15년의 경력을 전부 다 버리고, 여기서 새롭게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솔직히 한국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억울하거나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다. 캐나다로 넘어와서 새롭게 출발을 하려고 한 것도 있거니와, 겉으로 보이는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경험해온 지식와 각종 생존 노하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깐.
그리고 이건 좀 재수없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어느 회사를 가든 무조건 잘할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내가 꿈에 그리던 바이낸스였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ㅋㅋㅋ 입사하고 대략 3개월동안 쉴틈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포스팅을 못했다고 한다면 변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그랬다.
특이한 job position 및 특이한 상황의 연속...
바이낸스에 입사할 때 명목상으로 IT Ops라는 타이틀을 받고 들어가게 되었지만, 내가 CS(Computer Science)를 전공했다는 사실로 인해 S/W 개발자라는 속성을 같이 받아서 들어간 케이스가 되었다. 즉, IT Ops와 관련된 S/W 개발을 하는 것이 내 role이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없는 포지션을 새롭게 만들게되면서 들어간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인턴이기에 계약기간이 존재했고 시작 시점이 조금 애매하게 되어서 1월말 시작해서 3월말에 끝나는 2개월 짜리 계약 인턴으로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포스팅을 하는 4월 말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 계약이 한번 더 연장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IT Ops 팀에는 S/W개발자가 없기 때문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에 몇번의 깜짝 이벤트를 성공시키고나니 이번에 연장할 때는 3개월이 아닌 6개월짜리로 받아낸 것인 것이다. ㅎㅎㅎ
1인 프로젝트.. 그 시작은 3개월이었으나...
회사에서 2월 초부터 Python으로 시작한 1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당초에 나는 이것을 3개월 짜리로 생각하고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을 했으나, 이게 왠걸.. 하면 할수록, 파면 팔수록 계속 먹거리가 나오는 형국인 것이었다. 처음에는 Google Drive와 GAM command를 사용해서 Data mining을 해서 간단하게 Slack에 뿌려주는 bot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딱 이거 가지고 6개월 추가 연장을 받아냈기에 여기서 멈췄다면 이 프로젝트는 단순 bot으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내 생명 연장의 재료가 소멸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케팅을 오랬동안 해왔던 내 DNA 속 23671번째 염색체가 계속 속삭여 준 것이었다. 이건 그저 단순한 일회성 도구가 아닌, 적어도 1년 먹거리가 될 대박 아이템이라고 말이다. 게다가 한국 이대감댁 노비를 오랬동안 해오면서 자동으로 넓어진 내 시야 덕택에 조금 더 넓고 멀리볼 수 있게 된 것도 한몫 했다. 예를 들어,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이 리포트를 보는 입장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이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프로젝트를 지시한 부사장은 그저 단순하게 "Google Drive Label 현황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tool을 만들어줘" 라고 한 마디만 던졌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왜 그런 오더를 내렸고, 또 그 사람은 여기서 어떤 insight와 value를 뽑아내고 싶은 것인가? 여기서 뽑아낸 insight를 가지고 어떤 약을 팔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입사하고 근 한달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리 속을 휘져어 놓았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그 부사장이 약을 팔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모두(나, 내 매니저, 부사장)에게 이롭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에, 나 또한 그것을 이용해서 내 매니저와 부사장에게 내가 만든 특효약을 잘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주간의 프로젝트 기획을 하고 결국 bot에 대해 demo를 마치고 나서 바로 database 만들고, frontend/backend server, API server를 구축하고, web dashboard 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100% 완성은 되지 않았지만, 바로 어제 부사장 보고를 마쳤고 역시나 내가 제조한 약이 이번에도 제대로 먹혔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실 이 app은 우리 IT Ops 내부적으로만 사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이걸 전사 차원의 production 레벨로 올려서 개발을 완성해보자는 피드백이 부사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웃흥~)
내 마음의 소리는 이렇게 외쳤다. "이거 완성하면 무적권 full time 각이다!!" 그런 고로 잠깐만 바쁘고 강, 약, 중강, 약 스탠스로 가려던 내 회사생활이 계속 강, 강, 강, 강으로 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내가 죽고못사는 크립토 업계에서, 그것도 worldwide no1인 바이낸스에서 이런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도파민을 만땅으로 뿜뿜해주는 것이기에 즐기면서 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BCIT CST 학교 생활을 되돌아 보며...
내가 포스팅을 통해서도 여러번 언급 및 강조를 한 내용이기도 한데, 역시나 학교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BCIT CST의 2년은 정말 지옥이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일 정도로 매우 힘든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지나고나서 되돌아보니 그 만큼 나는 엄청나게 성장을 했고 많이 배웠다는 것이다. 혹자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전부 쓸모없는 죽은 지식라고 한다. 그저 빨리 졸업해서 캐나다 영주권 점수를 따거나, 혹은 취업을 하기 위한 귀찮은 관문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A부터 Z까지 CS 이론과 실습을 제대로 훑게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2년간의 시간과 비용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부분은 까먹었지만...)
구체적인 지식은 머리 속에서 잊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식을 찾아내는 방법, 찾아낸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 또 여러 지식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서 그 안에서 implication을 발견하고 value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잊혀질 수가 없다. 학교 생활을 제대로 했다면 말이다. 왜냐하면 term1 때부터 term4까지 무수하게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러한 것들이 머리가 아닌 몸에 체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을 보는 후배들이 있다면, 내 이야기가 귀감이 되고, 또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몇 마디 더 해보겠다. 학교 생활이 힘들고 어렵다고 섣불리 나약해 지거나, 비겁해지지 말자. 핑계를 찾지 말자. 영어가 안되서 힘들다고? 나 역시 지금도 영어가 안된다. 그래도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되돌아보니 학교 영어는 정말정말 쉬운 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영어를 못해도 배려를 해주니 말이다. 나이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BCIT CST term1 시작할 때 2020년도에 내 나이는 41살이었다.(최고령 ㅋㅋ) 게다가 와이프, 딸래미, 그리고 강아지까지 다 같이 캐나다에 넘어왔기에 가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체력은 정말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정신력이라는 사실은 나 스스로가 증명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영어, 체력 디버프를 받아가면서도 모든 과목에서 단 하나의 fail도 없었고, 방학 때 part time도 하나도 안듣고 오로지 노메딕 생마린으로 다 덤벼서 무사 졸업한 케이스이다. 그것도 버나비 캠퍼스에서 with distinction 성적으로 말이다. 이 정도면 그 누구도 내 앞에서 영어, 나이 핑계를 대지는 못할 것이리라. ㅎㅎㅎㅎ
물론 코드 카피, 치팅, 족보, ChatGPT 등에 의존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졸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하면 졸업하고나서 반드시 그에 응당한 결과를 받게된다. 누군가가 뿌려준 족보를 보고 성적을 잘 받으면 뭐하냐? 남는 것 하나 없이, 머리 속에 텅텅 비어서 졸업하고 취업이 안되는데... 랩/어싸인먼트 할때 깃허브 쇼핑해서 남의 코드 카피해서 내면 당장은 편하겠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내 실력이 하나도 안는다. 역시나 졸업하고 나서 그 댓가를 치루게 된다. 왜 소중한 시간, 비싼 등록금을 내가면서 이런 짓들을 할까? 여기는 한국처럼 학점을 보는 사회도 아닌데 말이다.
자, 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오면... BCIT CST의 term3까지는 솔직히 나도 주어진 공부를 다 소화하면서 하긴 했지만, 뭔가 똘똘하게 뭉쳐지는 느낌이 안들었다. 그래서 동기부여도 잘 안되었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term4의 한 과목에서 포텐이 터지는 아주 화끈하면서도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가 term1 부터 배웠던 모든 이론과 실습,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Amir의 Internet Architecture라는 과목에서 그 산개되어 있었던 dot들이 전부 연결되면서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랩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DB, Memory management, Restful API, micro architecture 등등이 모두 연결되어서 하나의 원기옥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렇게 모아둔 원기옥을 지금 바이낸스라는 회사에 입사해서 이렇게 아주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과목에서 나처럼 느끼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것은 둘 중에 하나의 케이스가 아닐까 한다. 이미 모든 dot이 연결 되었거나, 아니면 연결할 dot이 없는 경우일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러한 이유로 BCIT CST에 들어온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물론 끔찍하겠지만.. ) 다시 BCIT CST를 선택할 것 같다.
참.. BCIT CST의 term별 생생 후기 링크를 첨부하니, 궁금한 사람은 눌러보기 바란다.
그 외에 내 블로그에는 BCIT CST와 관련한 주옥같은 포스팅들이 많으니, 알아서 잘 찾아서 보기 바란다. (호의는 여기까지 ㅋㅋㅋ)
앞으로의 계획
원래 입사하자 마자 Celpip 점수를 만들고 운동도 하면서 캐나다 직장인 라이프를 즐길려는 거창한(!)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 나란 인간이 그렇지 모 ㅋㅋㅋ 여러가지 것들을 동시에 수행하지 못하는 싱글 테스킹 전용 CPU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에 하나씩 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ㅋㅋㅋㅋ
그래도 일단 회사에는 어느정도 적응도 했고 하니, 이제 영주권을 위한 영어 점수 확보를 위해서 지난 주부터 Celpip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마도 앞으로 포스팅은 주로 Celpip과 관련된 내용이 되지 싶다. 일단 올해말까지 내 목표는 단 2가지 이다. 바이낸스US에서 full time되기와 Celpip 고득점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Celpip에 대해서는 제대로 맛을 못봐서 명확하게 목표지점을 잡진 않았다. 이것도 시험 비용이 더럽게 비싸기 때문에 함부로 못본다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다시 포스팅을 재개하면서 안물안궁의 근황도 업데이트 해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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